책 소개
밖에서는 멀쩡한데, 집에 돌아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 방을 치우지 못하는 사람들
집을 치우지 못한 채 살아가는 젊은 청년들을 추적한 시사 프로그램이 있었다. 방송에 출연한 특수청소업체 관계자의 말은 의외였다. 최근 청소 의뢰인의 대부분이 원룸에 혼자 사는 20~30대이며, 그중 90%가 여성이라는 것이다. 의사, 변호사, PD, 교사처럼 사회적으로 번듯한 직업을 가진 사람도 많았다. 밖에서는 멀쩡한데 집에 돌아오면 무너지는 사람들. 이들은 정말 게으른 걸까?
《안 치우는 게 아니라 못 치우는 거야》는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한다. 저자 역시 처음부터 무기력한 사람이 아니었다. 대학에 다녔고, 치열하게 시험을 준비했고, 스물두 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공무원이 되었다.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에 가까웠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씻고, 치우고, 사람을 만나고, 제때 잠드는 평범한 일상이 하나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사실 이런 경험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낯설지 않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침대에 쓰러지는 날. 설거지가 쌓여 있는 것을 보면서도 ‘내일 해야지’ 하고 외면하는 날. 답장 하나가 부담스러워 메시지를 읽지 않고, 약속이 취소되면 아쉬움보다 안도감부터 드는 날. 주말 내내 누워 있었는데 월요일 아침이면 하나도 쉬지 못한 것처럼 피곤한 날.
그럴 때 우리는 좀처럼 ‘내가 지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내가 게을러졌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기서 더 위험한 일이 시작된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자신을 쉬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혼내기 시작하는 것이다. “남들은 다 하는데.” “이것 하나 못 해?” “정신 좀 차려.” 몸은 이미 지쳐 있는데 마음은 하루 종일 자신을 몰아세운다.
이 책은 방을 얼마나 심각하게 방치했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가 아니다. 한 사람이 왜 자기 삶을 돌볼 힘을 잃어갔는지, 그리고 그 와중에도 왜 자신의 고통보다 자신의 ‘게으름’을 먼저 의심했는지를 들여다보는 기록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 보면 저자의 방보다 어느 순간 나 자신의 방과 하루를 떠올리게 된다.
씻는 것조차 귀찮았던 날,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던 주말, 해야 할 일을 잔뜩 미뤄놓고 침대에 누워 있던 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너무 피곤했던 시간. 그리고 그 모든 순간마다 자신에게 했던 말. “나는 왜 이렇게 게으를까.” 하지만 질문이 잘못된 것이라면 어떨까. “나는 왜 이렇게까지 지쳤을까?”라고 물어야 했던 것은 아닐까.
작가 소개
클로버
한때 세상에서 자신을 완전히 지우고 싶었던 사람. 스물넷, 햇빛 한 모금도 들이지 않으려 두꺼운 커튼을 굳게 친 방 안에서 가장 길고 어두운 봄을 보냈다. 지금은 그 방의 이야기를 쓴다. 죽고 싶었던 게 아니라, 다르게 살고 싶었을 뿐이라는 걸 뒤늦게 알았음에. 어딘가 같은 방에 누워 있을 당신에게 이 이야기가 닿기를 바라며.
목 차
들어가며 · 쉬는 것처럼 보여도 쉬는 게 아니야
1부 나는 왜 이것도 못할까
오늘도 쓰레기를 버리지 못했다
머리로는 아는 일
언니의 결혼식장에서 마주한 사람
익숙해지는 것만큼 무서운 일은 없다
열심히 산 결과가 고작 이것
계절이 사라진 방
평생을 착하게만 살아온 죄
2부 참고 견디는 게 답인 줄 알았다
상승곡선
어른이 될 시간이 필요해
개같이 공부해서 정승같이 놀자
패잔병처럼 학교에 돌아가고 싶지 않아
쓸모 있는 자식
눈치 없는 신입
운수 나쁜 날
모두에게 버려졌다
3부 나를 가장 괴롭힌 사람은 나였다
차라리 병명이라도 있었으면
투명인간처럼 희미해지는 방법
‘ㅋㅋ’만 보내면 성의 없어 보일까?
자기재판
의심병은 모든 것을 갉아먹는다
나에게도 비빌 언덕이 있었더라면
4부 사실은 무너지고 있었던 것이다
엄마, 나 어떡해?
가장 깊고 어두운 곳으로의 침잠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두려움
게으른 게 아니라 아팠던 것
나는 그저 사랑받고 싶었어
아빠, 나한테 사과해 줘
그래도 엄마는 다 잊었다고 했다
5부 나를 미워하는 일은 그만두기로 했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내 탓이 아니야
완벽주의라는 이름의 도피
버리지 못한 것은 물건이 아니었다
도망친 곳에 천국은 없다지만
부러진 다리가 의지로 낫지 않듯이
어딘가 조금 서투른 사람들
남들처럼 살지 않아도 괜찮아
커피 배달하는 남자
그래도 살아보기로 했다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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