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인천도 서울도 아닌, 부산에서 미주리로
‘로컬’이 ‘로컬’에서 살아낸 1년의 정착기
“물 밖에 나온 물고기 네 마리, 우물 밖에서 호흡법을 익히다”
부산일보 현직 기자인 저자가 가족과 함께 미국 중서부 미주리주 컬럼비아에서 보낸 1년의 기록을 담았다. 저자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장기해외연수 지원을 받아 세계 최초의 저널리즘스쿨이자 미국 언론 교육의 본산인 미국 미주리저널리즘스쿨에서 방문연구원 신분으로 1년을 보냈다. 그러나 이 책에는 거창한 미디어 담론이나 연수 내용은 없다. 오히려 낯설고 새로운 환경에서 자신을 성장하게 만든 소소하면서도 구체적인 생활의 기록들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도착 첫날 댈러스공항에서 환승 비행기를 놓치고, 빈집 마룻바닥에 침낭을 깔고 첫날밤을 보내는가 하면, 차를 사고 면허를 따고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고 마트에서 물건값을 비교하며, 어쩌다 ‘미국과 한 판 붙은’ 주차 딱지 분쟁에서 승리하는, 생활자로서의 일상과 시선들이다.
『우물 밖 미주리』는 “해외살이는 뉴욕이나 LA 같은 대도시 이야기”라는 익숙한 공식을 비껴간다. 저자는 부산이라는 도시를 기반으로 한 ‘로컬’의 시각으로, 미국에서도 인구 13만의 중서부 소도시 컬럼비아라는 또 다른 ‘로컬’을 들여다본다. 그래서 이 책에 등장하는 미국은 우리가 영화나 뉴스에서 익숙하게 봐 온 미국이 아니다. 쓰레기차 기사와 인사를 나누고, 우체국 직원의 명찰을 부르며, 골프장에서 카트 키를 잃어버리고, 학부모가 학교의 주된 운영 주체가 되는,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 조금은 결이 다른 미국이다.
저자는 17년 차 기자답게 정확하고 단정한 문장으로 미국 사회의 미시적 풍경을 기록하면서도, 두 딸의 학교생활과 아내의 일상, 가족 전체의 정서적 성장을 빠뜨리지 않는다. ‘기부(Donation)로 굴러가는 학교’, ‘점수도 승패도 없는 시합’, ‘은퇴 후 화가가 된 사람들’ 같은 챕터 제목에서 보이듯, 그가 포착한 미국의 풍경은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서만 접하던 거시적 모습과는 달리 그동안 정작 들여다보지 않은 일상의 디테일이다. 그리고 그 디테일은 한국의 지금을 비추는 거울로도 작동한다.
▶ 트럼프 2기, 비상계엄, 1,400원대 환율 속에서 가족이 함께 통과한 1년
거대 담론이 아니라 장바구니와 학교 알림장에서 본 ‘진짜 미국’
“물 밖에 나가 본 사람만이 우물의 모양을 안다”
저자 가족이 미국에 도착한 2024년 여름부터 귀국하는 2025년 여름까지, 한국과 미국 양쪽에서는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이 잇따라 벌어졌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이라는 정치적 격변이 일어났고, 한국에서는 12·3 비상계엄과 그 여파, 그리고 1,400원대를 돌파한 환율이 일상을 흔들었다. 언론인 저자는 이런 시간을 통과하며 전문적인 분석가의 시선 대신 캠퍼스 인근 교회 투표소를 지나며 ‘갓 첫 투표를 마친 새내기’의 표정을 관찰하고, 미주리저널리즘스쿨 도서관에 펼쳐진 뉴욕타임스 1면을 오전 내내 단 한 명도 들춰보지 않는 풍경을 씁쓸하게 기록한다. 클리블랜드에서 인디애나폴리스로 가는 차 안에서 비상계엄 뉴스를 접하고, 환율이 오를 때마다 장바구니의 무게를 조절하는 ‘생활자의 정치 감각’도 이 책의 진짜 무게중심을 이룬다.
또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로컬의 시선’을 끝까지 놓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저자는 미주리주에서도 양대 도시인 캔자스시티와 세인트루이스가 아니라, 두 도시 사이에 있는 인구 13만의 대학도시 컬럼비아에서 살았다. 그래서 이 책에는 한국 독자에게 익숙한 ‘이민자 거점 도시’의 이야기가 거의 없다. 대신 ‘꽃동네’라 불리는 한적한 마을,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에서 산 중고 피아노, 빨간딱지가 두 번 붙은 클리어런스 매장의 옷, 미식축구에 진심인 이웃, 학부모 자원봉사로 굴러가는 초등학교의 풍경이 있다. 이는 부산에서 자라고 부산에서 일해 온 저자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발견해 낸 미국의 또 다른 얼굴이며, 동시에 한국 독자에게 ‘서울이 아닌 곳의 삶이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슬며시 건네는 방식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가족 모두의 책이다. 본문은 아빠인 저자가 썼지만, 에필로그 세 편은 아내 하수미(교사), 첫째 딸 이가온, 둘째 딸 이지온이 각자 쓴 1년의 회고로 채워진다. 같은 1년을 네 사람이 각자의 자리에서 어떻게 살아냈는지가 그대로 드러나는 이 구성은, 한 가족이 함께 ‘우물 밖’으로 점프해 본 경험이 어떻게 네 갈래의 성장으로 갈라지는지를 보여준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알맞게 습하고 적당히 비좁은 곳에서 살던 개구리가 우물 밖 미주리로 떠나 건조한 바깥세상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내 육지의 호흡법을 익히며 생존해 냈다.” 우물의 모양은 우물 밖에 나가 본 사람만이 안다. 한 가족의 1년 치 호흡 기록이 독자에게 건네는 메시지다.
작가 소개
이대진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에서 과학저널리즘 전공 석사 학위를 받았다. 뜻한 바 없이 고향으로 돌아와 <부산일보>에서 기자로 활동하다 부울경 지역의 문제에 대한 뜻이 생겼다. 사회부, 편집부, 문화부, 스포츠라이프부, 디지털부 등을 두루 거쳐 현재 유튜브 채널 운영을 맡고 있다.
지난 17년 동안 한국기자상, 이달의기자상, 한국신문상, 삼성언론상, 일경언론상, 언론인권상, 민주언론상, 한국기독언론대상, 한국디지털저널리즘어워드 등을 수상하며 기자 생활의 의지를 이어가고 있다.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33인의 증언을 담은 책 <살아남은 형제들>로 천인독자상 대상을 받았다.
목 차
프롤로그
1.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
1-1 비행기를 놓치다
1-2 귀인들을 만나다
1-3 ‘중고장터’를 노닐다
1-4 폭풍우를 뚫고 따낸 운전면허증
1-5 첫 외식, 첫 나들이
1-6 패스포트 투 스쿨 (Passport to School)
1-7 ‘시속 90마일’의 후폭풍
2. 백 투 더 아날로그 (Back to the Analogue)
2-1 쓰레기차와 인사하기
2-2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우편배달’
2-3 미쭈에서 미주를 빚다
2-4 내가 바로 꽃동네 요리사!
2-5 듀플렉스와 벽간소음
2-6 비자발적 전원생활
3. 아이 고 투 스쿨 (I go to school)
3-1 ‘메리 팩스턴 킬리’에서 배우다
3-2 악기 하나쯤은 다뤄야
3-3 점수도 승패도 없는 시합
3-4 수학 경시대회가 재밌어요!
3-5 기부로 굴러가는 학교
3-6 불량 학생과 ‘오피스’
3-7 학부모 위하는 사회
4. 문화 향유, 어렵지 않아요
4-1 그랜드 피아노를 연주하다
4-2 은퇴 후 화가가 된 사람들
4-3 미식축구에 목숨 걸다
4-4 소소한 축제의 시간
4-5 해피 핼러윈! (Happy Halloween!)
4-6 도서관이야 사랑방이야
4-7 ‘K컬처’ 영향력은 어디까지
5. 건강할 때 더 건강하게
5-1 컬럼비아의 자랑, MKT 트레일
5-2 ARC와 미쭈렉센터
5-3 골프장에서 차 키 찾기
5-4 ‘악명 높은’ 미국 병원 체험기
6. 미주리 이야기
6-1 트루먼 대통령과 한국의 인연
6-2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의 고향
6-3 서부 개척의 상징 세인트루이스
6-4 작은 역사도 소중하게
7. “힛 더 로드(Hit the Road)~!”
7-1 4학년과 국립공원
7-2 미국 동부 여행기
7-3 그들만의 디즈니월드
7-4 미국 서부 여행기
7-5 미국 중부-남부 여행기
8. 세상도 나도 변했다
8-1 파란 물결 속 빨간 ‘마가(MAGA)’
8-2 뉴노멀, 계엄령과 고환율 시대
8-3 미국과 한 판 붙다
8-4 그래도 ‘아름다운 나라’
8-5 See U Soon, COMO!
에필로그 1- 아내 하수미
에필로그 2- 첫째 딸 이가온
에필로그 3- 둘째 딸 이지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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