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화성문학회 단편소설집 『매향리에 부는 바람』이 시산맥사에서 발간되었다. 화성 매향리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들을 전비담 강 은 인 단 임선애 김현광 오키도 김 민 백 경 배 희 작가 9명이 쓴 소설집으로 해설은 2007년 《문학사상》으로 평론 등단한 한민주 평론가가 썼다. 그 해설의 일부를 간추렸다. 지금은 우리의 눈에서 잊혀져가지만 그 아픔의 전말은 기억해야 한다.
이 소설집은 1951년부터 2005년까지 약 54년간 미군 전용 폭격 훈련장(쿠니사격장)으로 사용되며 일상적 폭력에 노출되었던 경기도 화성시 매향리의 역사적 현실을 정면으로 다룬다. 매향리는 한국 현대사에서 국가폭력과 집단적 트라우마가 각인된 상징적 공간으로, 주민들은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폭격 소음과 불발탄 사고 등으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파괴를 경험해 왔다.2) 수록된 9편의 소설들은 철저한 고증과 회고담, 인터뷰를 바탕으로, 지연되고 반복되는 이 고통의 흔적들을 감각적이고 밀도 있는 문장으로 복원해낸다.
소설집 『매향리에 부는 바람』은 언어화될 수 없는 고통의 파편들을 끝까지 추적하여 구축해 낸 문학적 아카이브의 기념비적 성취다. 작가들이 실천하는 증언의 윤리는 디디 위베르만이 정의한 바와 같이, 트라우마의 ‘전체’를 복원하려는 욕망을 내려놓고 고통의 ‘파편’이나 ‘흔적’을 놓치지 않으려는 태도에 기인한다. 이는 단순히 사실을 수집하는 차원을 넘어, 억압된 침묵과 틈새의 울음소리, 나아가 증언자의 미세한 몸짓까지 경청하려는 기록자의 엄격한 윤리적 책임감을 요청한다. 이러한 책임감은 소설 속에서 물리적 실체가 부재함에도 끊임없이 귀환하는 ‘언캐니한 목소리’들을 통해 형상화된다.
이 소설집 속 인물들은 국가 권력의 폭력으로 인해 부서지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고통의 근원을 찾아 나가는 ‘성장 서사’를 완성한다. 소설은 이들에게 ‘당신들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위로를 건네며, 파편화된 기억의 조각들을 애도의 서사로 결합한다. 결국 어린 상수가 감각하는 ‘은빛 메아리’는 폭압적인 굉음을 끝내 넘어서야만 만날 수 있는 평화의 소리다. 고통스러운 역사를 끝까지 마주하고 나누는 이 증언의 윤리는 비극적 과거를 넘어 미래 세대에게 평화와 인권에 대한 강력한 열망을 전하는 ‘살아 있는 목소리’로 남을 것이다. 이러한 서사화 과정은 매향리의 비극을 한국 현대사의 살아 있는 증언으로 복원하며, 인간 존재의 숭고한 회복력에 대한 깊은 성찰을 선사한다.
따라서 『매향리에 부는 바람』은 굉음이라는 죽음의 소리를 넘어 ‘살아 있는 사람들을 위한 생명의 소리’를 복원해 내는 과정이자, 고통스러운 역사를 끝까지 마주하려는 증언의 윤리적 실천이다. 작가들은 독자라는 관망자를 ‘윤리적 목격자’로 초대하여, 매향리의 비극이 우리 시대의 보편적 아픔이자 평화를 향한 강력한 동력이 될 수 있음을 역설한다. 과거의 상실을 딛고 미래 지향적 애도로 나아가는 이 곡진한 기록들은, 상처 입은 모든 존재에게 건네는 위로이자 폭압적인 굉음을 끝내 넘어서야만 만날 수 있는 ‘평화의 메아리’로 남을 것이다. 이는 고통의 리얼리즘을 넘어선, 인간 존재의 숭고한 회복력과 기억의 책임에 대한 가장 문학적인 응답이라 하겠다.
작가 소개
저자(글) 전비담
2013년 제8회 최치원신인문학상 수상. 《시산맥》 등단. 소설집 『하늘과 땅을 움직인 사람들』(공저), 『현대로 온 예술가들』(공저). 산문집 『신동엽과 문화콘텐츠』(공저), 도시인문학프로젝트 저작물 『우리 안양 한 바퀴』. 시집 『철탑에 집을 지은 새』(공저), 『꽃으로 돌아오라』(공저) 외. 화성문학회 회원.
저자(글) 강은
2006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소설집 『백석-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주니어 사씨남정기』, 『현대로 온 예술가들』(공저) 외. 시집 『짧게, 카운터펀치』 외. 문학이론서 『현대시의 감상과 창작』 외. 2010, 2015, 2021년 아르코창작기금 수혜. 화성문학회 회원.
저자(글) 인단
2013년 《시조시학》으로 등단. 소설집 『하늘과 땅을 움직인 사람들』(공저) 외. 시집 『미안한 연애』, 『우리의 관계는 오래되었지만』. 화성문학회 회원.
저자(글) 임선애
2015년 《서정시학》으로 등단. 소설집 『하늘과 땅을 움직인 사람들』(공저). 시집 『어제는 사랑했고 오늘은 모르겠다』. 2024년 아르코 문학 창작산실 발표지원금 수혜. 제20회 지리산문학상 수상. 화성문학회 회원.
저자(글) 김현광
2000년 농민신문사 제10회 중편동화 공모 우수상, 에너지관리공단 주최 제22회 창작동화 공모 우수상 수상. 동화책 『올챙이들의 하수구 탈출작전』. 창작발레 시나리오 『그날, 서대문형무소 8번방의 메아리』, 『미운 오리새끼』. 경기도미술관 운영자문위원. 화성문학회 회장.
저자(글) 오키도
2020년 《발견》 등단. 시집 『여기 잠깐만 앉았다 가면 안 돼요』. 화성문학회 회원.
저자(글) 김민
제6회성호신인문학상 산문부문 신인상, 2023년 오장환 신인문학상 디카시 부문 신인상 수상. 2025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화성문학회 회원.
저자(글) 백경
2005년 《시평》으로 작품활동 시작. 소설집 『하늘과 땅을 움직인 사람들』(공저). 시집 『풀꽃연가』, 『슬픔이 있는 모서리』, 『이별의 매뉴얼』, 『이따금 푸른 기별』. 화성문학회 회원.
저자(글) 배희
201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 등단. 소설집 『현대로 온 예술가들』(공저). 시집 『흰색의 배후』, 『사과의 진실』. 2020년 경기문화재단 우수작가 지원금 수혜, 2023년 문학나눔 우수도서 선정. 화성문학회 회원.
저자(글) 한민주
2007년 《문학사상》 평론 등단. 평론집 『낭만의 테러: 파시스트 문학과 유토피아적 충동』, 『명랑한 멜랑콜리』, 『권력의 도상학: 식민지 시기 파시즘과 시각문화』, 『불량소녀들─‘스펙터클 경성’에서 모던걸은 왜 못된걸이 되었나』, 『해부대 위의 여자들: 근대 여성과 과학 문화사』, 『이상한 나라의 과학』, 『문학과 과학』I·II·III(공저). 화성문학회 회원.
목 차
매향리 사람 김철규 | 전비담 13
소리 소리, 소리 | 강 은 59
여름 방학 | 인 단 84
그림자 소리 | 임선애 103
은빛 메아리 | 김현광 127
굴바위 | 오키도 154
괴상한 바람 | 김 민 177
이후의 바다 | 백 경 202
날개 이후 | 배 희 234
해설 _ 소리의 정치학과 ‘감각적 증언’의 아카이브:
『매향리에 부는 바람』 속 애도의 재구성 _ 한민주(문학평론가) 234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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